일본의 여러 도시를 여행했지만 렌터카를 빌려 운전을 할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대중교통이 워낙 촘촘하게 잘 되어 있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말도 안 통하는 낯선 타지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의 도로 체계는 영국식 좌측통행 방식을 따르고 있어 주행 차도의 방향이나 운전석, 방향 지시등과 와이퍼, 기어 등의 위치가 모두 우리나라와 반대가 아닌가.
최대한 렌트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싶어 조사를 좀 해보니, 오키나와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불편할 것 같았다. 나하 시내를 달리는 모노레일(유이레일) 외에는 철도망이 없고, 버스가 있긴 하지만 배차 간격이 길고, 노선이 복잡하고, 시간표가 정확하지 않았다. 약간 우리나라의 제주도를 떠올리면 될 것 같았다. 이런 와중에 주요 목적지가 섬 전체에 넓게 흩어져 있어 렌터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처럼 느껴졌다.
국제운전면허증 준비
오키나와에서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나는 지난 운전면허 갱신 시점에 만 원인가를 더 주고 영문 면허증을 발급했기에 이것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일본은 이것으로는 안 되고, 국제운전면허증을 따로 발급받아야 했다. 이것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발급할 수 있고, 유효 기간은 발급일로부터 1년이다.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5일~일주일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기에 기다리는 것을 못하는 성질인 나머지 가까운 경찰서에 방문했다. 준비물은 본인 명의의 운전면허증, 6개월 이내에 촬영한 여권용 증명사진, 발급 비용(9,000원인가 그랬다)이다. 경찰서에서도, 운전면허학원에서도 발급이 가능하다.
렌터카 예약
렌터카 선택지가 아주 많고, 사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나는 신중한 검토 끝에 ‘오달렌터카’를 선택했는데, 선택 시 사고의 흐름은 다음과 같았다.

오키나와 렌터카 선택 프로세스
먼저 운전에 자신 있고 반대 운전 경험이 있는가? 아리마셍이었다. 한국어 대응 및 24시간 고객지원이 필요한가? 필수는 아니고, 가급적 여행 기간 중 렌터카 고객지원에 연락할 일 같은 것은 없길 바라면서도 둘 다 지원된다면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렌터카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이 가격인가? 물론 누구 못지않게 가난한 삶을 살고 있기에 가격이 무척 중요한 요소인 건 분명했다. 하지만 가격 빼고 다른 모든 것이 다 충족한다면 조금 비싸더라도 신경 쓸 일이 적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ETC를 알고, 고속도로 요금 지불 대책이 있는가? 역시 젠젠 아리마셍이었다. ETC가 뭔지 몰랐고, 오키나와 섬 안에 고속도로가 있는지도 몰랐다. 조사해 보니 ETC는 한국의 하이패스와 같은 고속도로 통행 요금 자동 결제 시스템이었다. Electronic Toll Collection의 약자라고 한다. ETC 게이트를 지나려면 차에 ETC 단말이 달려 있어야 하고, 그 안에 ETC 결제 카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에 대한 취급 방법이 업체마다 조금씩 다른 듯했다. ETC 단말이 옵셔널인 경우, ETC 카드 대여료를 받는 경우, 아니면 여행객 각자가 단말과 카드를 준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ETC 카드를 대여한다면 차를 반납할 때 이용 내역을 확인하고 정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나는 이런 것을 하나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랬더니 하나 남은 선택지는 오달렌터카였다. 이것은 내가 온갖 모욕과 멸시를 견디고 피땀눈물을 흘리며 번 100% 내 돈으로 이용한 서비스며, 광고가 아니다. 광고라면 좋겠지만. 정말 좋겠지만.
업체를 정하고, 해당 업체의 웹사이트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진행했다.

굳이 캡처해 봤다…
픽업/반납 날짜와 시간 입력, 차종 선택, 예약자 및 운전자 정보 입력, 항공 정보 입력, 공항↔나하공항점 무료 셔틀버스 이용 여부 선택, 이용 약관 동의를 순서대로 차근차근 진행하고 비용을 결제하면 예약이 완료된다. 확실히 다른 업체들에 비해 좀 비싸다는 느낌이 있지만, 오키나와 남부에서 북부까지 고속도로로 이동하고, 또 중부 여행도 꼼꼼하게 다닐 것을 고려했을 때 보험과 ETC 요금이 포함된 금액이라 또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카톡 즘 그만해 아니에요 고마웠어요
예약이 완료되면 카카오톡으로 꽤 접근성이 좋고 직관적인 안내가 온다. 24시간 고객지원을 제공하는 업체인 만큼, 고객의 단순 문의 연락을 최소화하려는 욕망이 그득한 안내들이 줄줄이 온다. 이용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모든 것들에 대한 안내가 있다. 나처럼 불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서비스 같다고 생각했다.
렌터카 픽업
공항에서 입국 수속과 짐 찾기를 마치고, 셔틀버스를 타러 갔다. 스태프분께 손목띠를 받고, 줄을 서서 탑승 순서를 기다렸다.

셔틀 버스 탑승 기다리면서 택시 예뻐서 찍음
스태프분들이 벌써 한국어를 잘하고 친절했다. 셔틀버스 안에는 파일로 된 운전 매뉴얼이 있었고, 해당 매뉴얼을 읽어주는 방송 안내가 밝은 음악과 함께 지속적으로 나왔다. 여기가 제주도인지 오키나와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렌터카를 픽업하려면 이 셔틀 타고 20분 정도 가야 한다
픽업 장소에 도착하니 손목띠에 적어준 번호가 붙은 차고로 가라고 했다. 그곳에서 뿌릉이를 처음 만났다. (뿌릉이: 동행과 내가 마음대로 지은 이름) 스태프분은 우선 짐을 싣고 순서대로 안내해 줄 테니 차에 타 있으라고 했다. 우리가 빌린 차는 스즈키 허슬러였다.

정들어서 헤어질 때 울었음
트렁크에는 큰 캐리어 2개가 거뜬하게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운전석을 찾아 왼쪽으로 갔다가, 아차차 하고 다시 오른쪽으로 가 차에 올랐다. 운전석에 앉아 기다리니, 스태프분이 오셔서 능숙한 한국어로 국제운전면허증을 확인하고, 여러 가지 서약 등 서류 작업을 도와주셨다. 여기가 제주도인지 오키나와인지 혼란스러웠다. 이 사람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한국어를 잘하게 된 것일지 궁금했다. 나도 바이링구얼이 되고 싶다.
반대 운전에 임하는 겸손한 자세
오른쪽에 있는 운전석에 앉아, 왼손으로 기어를 바꾸고, 핸들 오른쪽에 있는 방향 지시등 레버를 조작하며 엉금엉금 렌터카 업체에서 빠져나와 일직선 도로를 겨우 200m쯤 달렸을까. 가로등을 박고(자기 혼자 박은 것 같았다) 반파된 자동차와, 그 앞에 서 있는 서양인 아저씨,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의 연석에 앉아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서양인 어린아이들을 보았다. 딱 봐도 반대 운전이 주는 카오스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가로등을 박아버린, 우측통행의 나라에서 온 아저씨였다. 남 일이지만, 남 일 같지가 않아 등골이 오싹했다. 우리가 저러고 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란 것이 젠젠 하나도 없었다.

역주행하지 않도록 정신 똑바로 차려
나는 ‘좌작우크’와 ‘차선 왼쪽으로 붙지 말기’를 번갈아가며 자꾸만 오타쿠처럼 입 밖으로 중얼거리며 운전했다. 좌작우크는 ‘왼쪽으로는 작게, 오른쪽으로는 크게 돈다’는 뜻이다. 차선 왼쪽으로 붙지 말기는 업체에서도 내내 강조하던 사항인데, 아무래도 왼쪽 운전석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차도의 가운데를 기준으로 했을 때 본인이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느낌에 익숙해서, 오른쪽 운전석에 앉았음에도 자꾸만 왼쪽으로 치우치려고 해 사이드미러를 깨먹는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만 명심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오키나와에서의 운전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후기에서 본 대로 사람들이 운전을 험하지 않게 하기도 하고, 반대 운전에 대해서도 금세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모두 장난감 자동차처럼 귀엽게 생겨서 운전하는 내내 재미있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일본에 왔으면 자판기샷은 필수라서 뿌릉이도 찍어줌
주차비
오키나와에서 운전을 한다면 숙소를 고를 때 주차가 무료인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4박 5일 동안 세 곳의 숙소에 묵었는데 셋 다 1~2천 엔 정도의 주차비를 별도로 받았다. 자기네 숙소를 이용하는데도 말이다. 아 내기 싫어라고 생각하며 착실하게 냈다.
북부 여행 시에는 행선지마다 주차장이 널널했고, 주차비를 받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었지만(스노클링 스폿들은 소액의 주차비 받는 곳 있음), 아메리칸 빌리지나 국제 거리 등 중남부에 간다면 행선지 근처 코인 주차장을 구글맵에 몇 곳쯤 저장해 두고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0명) 모두 안전운전하시길 바라며 마친다.

사이드 미러로 본 세상
#오키나와, #오키나와운전, #오달렌터카, #좌작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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